바람과 비

유보나벤뚜라 123.♡.226.171
2019.07.24 15:35 10,00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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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영향권 안에 들어오다 보니 비바람이 세네요.


엊그제 한달피정도 끝나고 모두 떠나 버린 이곳은 더 깊은 고요 속에 잠겨 있어요.

곧 있다 8일피정이 다시 시작되겠지만.



 비는 나무가 없으면 외롭고 허망할 거에요.

 나무는 비가 없으면 생기를 잃을 테고.


나무 속을 흐르고 있는 빗소리 들리나요?


 나무 밑에 있는  송이조차 피우지 못하는 잡초  뿌리.

둘이가 깊이 사랑하고 있네요

 잡초는 나무 안에 들어가 자기보다   생명을 누리고

나무는 잡초로 인해 자기가 살아가고 있음을 보며  감사와 기쁨으로 포옹하고.


우리 모두는 하나고전체에요.

 안엔 반드시 정반대되는  흐름양극이 존재하고.

우린  안에서 가운데 ‘ 취하려고 깨어 있어야 하고.

 '중'이야말로  흐르듯 자연스런 하느님의 법이고 당신의 뜻이고 순리이니까.


전 강원도를 참 좋아해요.

제 삶의 중요한 일들이 집중해서 모두 강원도에서 일어났기 때문인가 봐요.

춘천에서 시작된 첫 법원공무원 생활, 천주교로의 개종, 에고에 사로잡힌 사랑으로부터 그리고 육체로부터의 해방, 수도 성소를 받은 것, 이 모든 게 강원도 땅에서 일어났어요.


투박한 듯하나 순박한 그들의 기운을 좋아하나 봐요. 그리고 조용한 자태들.


피정을 하러 오는 이들은 나같은 피정을 주는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그 내적 태도 내지 마음이 참으로 중요한데.

서로서로 마음을 온전히 열고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런 열매도 맺지 못할 거에요.

기껏해야 시끄럽게 떠들어댈 머릿속 지식만 좀 늘 뿐일 테니까요.


우린 참 두려움이 많은 것같아요.

마음을 열고 자신을 내어 주고 상대를 받아들이는 데 몹시도 주저하고 물러나고 경계하는 것같아요.

여태 경험해 온 것들이 좋은 경험들이 아녔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참, 사랑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 수도자들이 사랑관 너무 먼 삶을 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염려가 이네요.

너내 할 것 없이 사랑이 두려워 피해 버리든지, 아님 자기 감정 움직이는 대로 집착해 버리든지, 양 극단을 늘 왕복하고 있을 뿐이네요.

사랑을 피하지도 않고 집착하지도 않는, 가운데 '중'을 잡는 것. 여기에 생명도 있고 기쁨도 있고 평화도 있는데 말이죠. 무엇보다 지극한 아름다움이 우릴 매혹할 텐데 말이죠.


오늘은 종일 빗소리 듣겠네요.

얼마나 큰 기쁨으로 저 비는 내려오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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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l님의 댓글

cell 121.♡.89.58 2024.02.1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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