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감사합니다.

제시카 123.♡.5.26
2010.03.06 20:31 3,01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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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를 받은 지 20여 년이 지났어도

겨우 주일 미사나 빠지지 않는 무늬만 신자인 내가 

영신수련이 무엇이지도 모르고

그저 공기 맑고 물 좋은 곳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픈 마음에 온 8일 피정.
 
기도라고는 5분 이상을 해본 적이 없는 내겐

한번에 최소한 한 시간씩 하루 수 차례 해야 하는 기도가

첫 하루 이틀은 꽤 힘들었지만

세상의 잡음이 일절 배제 된 이 곳의 정갈하고 고요한 분위기로

서서히 내 내면의 잡음과 무질서를 잠재우고

성령의 이끄심에 조용히 귀기우리게 했습니다.
 
아직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몸을 단련하기 위해 일정한 운동을 해야 하듯

영적 성장을 위해 기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제 이 영신수련을 통해 그 첫 걸음을 뗀 것 자체가 은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병풍처럼 둘러 선 나지막한 산 중턱에 자리 잡은 빨간 벽돌 집. 

아련한 색의 한지 창을 통해 비치는 햇살.

너무 정겹고 아늑해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좌식 구조의 성당과 경당. 

침묵 속에서 기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설계 된 숙소와 시설물들. 

게다가 남도의 손맛으로 제공되는 맛깔스러운 식사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끝으로 매일 진행 되는 지도신부님과의 1:1 면담은

영신수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한 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개인면담 경험이 거의 전무한 내겐 처음에는 이 면담이 몹시 부담스러웠지만

신부님에게 개인 지도를 받으며 기도 하는 것을 익힌다는 것은

다시 없는 기회라는 것을 알게 되어

피정 말미에는 이 소중한 시간이 끝나는 것이 무척 아쉬웠습니다.
 
한번의 8일 피정으로 내 삶에 어떤 커다란 가시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내 믿음이 더 이상은 미지근한 상태에 머물 수 없다는 것을

이 피정을 통해 깨닫게 되었고 그 깨달음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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