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쥐를 몰듯이

유보나벤뚜라 123.♡.226.173
2018.03.11 10:38 2,316 0

본문

<고양이가 쥐를 몰듯이>


모름지기 피정을 동반하는 이는 피정자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야 하고 몰아갈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생각과 감정을 놓아 버릴 수 있는 곳으로.

마치 고양이가 쥐를 막다른 구멍으로 몰아 넣듯.


많은 수도자들이 그렇게 매일 미사를 드리고 기도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적 깨어남이 없이 일상의 삶 속에 지쳐 나둥그러지는 것은 깨달음이 없기 때문이다.

깨달음을 추구하는 대신 온갖 머리 속 생각과 감정에 뿌리 내린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머리로 풀어 알아듣는, 그런 알음알이를 제대로 깊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면 굳이 예수님은 이 땅에 오실 필요가 없었다.

예수님은 다른 세상을 보여 주시고 우리를 그곳으로 이끌기 위해 오셨다. 머리로 분별해서 알아듣는 세상이 아닌, 온몸으로 그냥 살아가는, 살아지는 세상에로 데리고 가시기 위해서다.

그 세상이 바로 아담과 하와가 알몸으로 있으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하느님에 대한 앎으로 충만한 가운데 살았던 세상이다.

이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보이는가?


우리 수도자라고 한들 평생 한 번 아님 두 번 정도 하게 되는 한달피정 동안 기도를, 피정을,어떻게 해야 될지 좀 감이 오지 않는가.

그저 머리로 좀 알아듣고 마음으로 좀 느끼면서 만족하는 그런 피정이 되어선 안된다. 그건 그야말로 약발 한달의 피정으로 끝나 버릴 테니까.


두 눈이 시퍼런 피정자들이 좀더 많이 왔으면 좋겠다.

가슴에 불덩어리를 안고 있는 피정자들이 좀더 많이 왔으면 좋겠다.


하여, 예수님의 꿈이 여기서 이뤄졌으면 좋겠다.

우리가 지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아닌,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그 안에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확인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