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신부
유보나벤뚜라
123.♡.226.171
2019.04.2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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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마음은 곧잘 움직였으나 글로 나아가질 못했네요.
글 쓴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기도 해서.
성삼일을 지내고 오니 영성센터 주변 풍광이 완연히 바뀌어 버렸네요.
꽃들은 지고 초록 물결이 아주 풍성해졌어요. 마치 여름이 온 듯.
어제부터 시작한 한달피정은 아주 희귀하게 인원이 적어요.
그래서 다른 두 신부님은 좀 숨 고르고, 내 혼자 맡아 진행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우리 공동체에 새 식구가 왔네요.
임헌옥 신부님인데, 저희 예수회에서 하는 제3수련을 스리랑카에서 마치고 돌아온 분이에요.
수련원 시절부터 장난치며 가깝게 지낸 신부에요.
일단 좀 쉰 다음 5월 30일 하는 8일피정부터 본격적으로 피정에 들어올 거에요.
저는 갈수록 진보가 있는 게 아니라 퇴보하고 있다는 느낌이네요.
가면 갈수록 모르는 게 많아지고.
이제 곧 떠날 텐데 그때 가서 무슨 심정으로 눈을 감을지 참 걱정되네요.
아는 게 없음 착하게라도 살았어야 하는데, 성질은 못돼서 사람들 마음만 아프게 하고.
참 염려스럽네요.
죽어가는 모든 것들을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하던 동주 형의 마음이, 새악시처럼 내리는 비를 타고 내 가슴 속에 흘러 들어옵니다.
갱년기 앓는 아낙네처럼 몸엔 왠 열이 이렇게 나며 땀은 비적비적 솟아나는지.
낮술한 놈처럼 횡설수설입니다.
그만 들어가야겠지요.
좀 이쁜 모습으로 다시 찾아뵙길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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