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변화에 맞춘 기도

유보나벤뚜라 123.♡.226.172
2016.03.04 15:56 1,90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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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신수련 한달피정이 조용히 흘러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진종일 비가 내립니다. 조용한 가운데 지속적으로. 골안개도 많이 피어 올라 있습니다.


이런 날은 기도의 모습이 어때야 할까를 생각합니다.

얼핏 보면 날씨야 어떠하든 영신수련의 기도는 그저 기도로서 자기 갈 길을 가야만 할 것같기도 합니다. 


허나 좀더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하느님의 뜻을 찾고 영적 차원의 수행을 하는 것이라면, 어떻게 기도만 홀로 따로 걸어갈 수 있겠습니까. 자연과 사람, 이 모두와 하나로 연결된 가운데 하느님의 뜻도 나타나는 것이고 영적 차원의 움직임도 일어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영신수련의 기도 또한 자연적 조건 내지 사람들과 어우러진 기도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어우러진 기도가 어떤 모습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의 기도가 외따로 홀로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설혹 기도를 통해 알아듣는 바가 있다손치더라도 삶과의 연결이 잘 안 되고 자기 자신의 변화가 잘 안 일어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연의 변화와 같은 기본적 여건조차 고려하지 않은 채 기도만 하고 있는데 어떻게 더 복잡한 삶의 문양들을 연결시킬 수 있겠습니까.


기도는 모름지기 고요한 영혼이 천지와 조화를 이룬 가운데 그리고 스스로 처해 있는 인간 삶의 구체적 문양 위에서 펼쳐져야 할 것입니다. 이때 비로소 영의 사람이 될 수 있는 감각이 싹터 자라기 시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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