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달피정에 들어가며

유보나벤뚜라 123.♡.226.172
2017.04.18 17:14 2,96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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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달피정이 끝나고 바로 성삼일 전례가 이어졌습니다. 저는 예수성심시녀회에 머물렀습니다. 수녀님들의 수도회명이 갖는 영성의 깊이를 새삼 새기며 저로선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돌아오니 곧 또 한달피정이 시작됩니다. 내일부터입니다.

이번 피정은 이순경신부, 이진태신부, 그리고 저, 셋이서 동반합니다. 최홍대신부님은 미국 출장길에 올라 있습니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길 청하고 있는 우리의 기도가 약하고 깨달음이 얕은 모양입니다. 땅은 어둡고 혼란스럽습니다.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용을 쓰곤 있으나 벌써 이리저리 넘어지고 엎어지면서 피멍과 생채기가 어지럽습니다.

어떻게 남을 탓하겠습니까. 모두가 바로 이 물건이 모자라고 허약한 탓입니다. 주님 뵙기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언제쯤이면 주님 눈에 들 수 있는 제자가 될 수 있겠는지요. 

기르라는 영적 힘은 기르지 않고 쓰잘 데 없는 것들에 많은 관심과 에너지를 쏟았을 뿐입니다. 그게 부끄럽습니다.

피정 들어오는 이들에게 제 추함과 잘못과 허약함을 드러내 놓으며, 여러분들은 저와 같은 전철을 밟지 마시라고 당부할 따름입니다. 그외 제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때론 공허하기만 한 부활의 축하 인사를 나누는 대신 저처럼 깊은 아픔과 슬픔에 잠겨 있는 이들을 품고 조용히 머물고자 합니다. 무슨 힘이 될 수 있겠습니까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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